네 얼굴의 사나이     22.4.15 성 금요일에 

80년대 우리나라 안방TV에서는 외화 시리즈가 인기를 끌었다. 

그중의 하나가 ‘두 얼굴의 사나이’였다. 

도망자 주인공이 열 받으면 ‘헐크’로 변신하여 악당을 물리쳤다. 

두 얼굴의 사나이가 정의의 사도였다면 

누가복음 22장에서는 네 얼굴의 가진 사나이가 등장한다. 

바로 베드로다. 

예수님께서 감람산 기도 후에 붙잡혀 대제사장의 집으로 끌려가신다. 

다른 제자들은 다 달아났지만 

그래도 우리의 베드로는 끝까지 예수님의 뒤를 따른다. 

여기까지 보면 그래도 베드로답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완전 다른 얼굴을 한 베드로를 보게 된다. 

첫째는 멀찍이 따라가는 베드로의 얼굴이다. 

"예수를 잡아 끌고 대제사장의 집으로 들어갈새 베드로가 멀찍이 따라가니라 " (눅22:54)

예수님의 제자로 부름 받은 이후 베드로는 그 누구보다 

예수님을 지근거리에서 동행했다. 

변화산에 올랐을 때도 그랬고, 감람산에 기도하러 가셨을 때도 

베드로는 늘 예수님의 가까이에 있었다. 

그래서 그가 예수님의 수족이었다 해도 지나침이 없었다.

그런 베드로였는데 

정작 예수님이 결박당한 채 끌려 가실 때는

그와 멀찍이 떨어져 따라갔던 것이다. 

왜? 라고 물어본다. 

그리고 지금 나는 어떤가? 하고 물어본다. 

예수님과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둘째는 구경꾼 베드로의 얼굴이다. 

"사람들이 뜰 가운데 불을 피우고 함께 앉았는지라 

베드로도 그 가운데 앉았더니"(눅 23:55) 

베드로는 뜰에서 불을 쬐면서 예수님을 바라보고 있다.

마치 구경꾼처럼 말이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사도바울은 자신의 사도됨이 세상에 

구경거리가 되었다고 했는데 (고전4:9)

예수님은 누누이 자신으로 말이암아 

제자들이 박해를 당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것은 곧 사람들에게 구경거리가 된다는 것이었다. 

지금 예수님은 친히 그 구경거리가 되셨다. 

그  구경거리를 제자는 구경꾼이 되어 바라보고 있다. 

구경꾼의 맘은 어땠을까? 

나는 구경꾼이 되어 본 적이 없었나? 

이번 고난 주간에도 십자가의 고난을 구경꾼으로 바라보고 있지 않았는는가? 

셋째는 부인하는 베드로의 얼굴이다. 

불을 쬐든 베드로는 아무도 자기를 알아보지 않았으면 했다. 

하지만 그 바름을 한 여종이 여지없이 깨버렸다. 

"이 사람도 그와 함께 있었느니라" (눅 23:56) 

베드로는 그 말에 부인한다. 

"나는 그를 알지 못한다. " 

또 한 번, "나는 아니로다. "

그리고 또 한 번 더 "나는 네가 하는 말을 알지 못하노라. "

(눅23:57,58,60)

처음에는 갑작스런 말에 얼떨결에 답했다 치더라도

두 번째 세 번째 물음에는 아니었다. 

그의 생각과 의지가 그 안에 들어있었다. 

두려움이 평소의 얼굴을 가리게 했다. 

그리고 새로운 얼굴을 드러내게 했다. 

부인하는 얼굴, 배신자의 얼굴을.

여기까지 베드로는 평소 때와 다른 

세 얼굴의 사나이 얼굴을 드러냈다. 

그렇게 세 얼굴에서 그쳤더라면 

우리는 베드로를 배신자의 얼굴로만 기억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하나님은 베드로에게 또 하나의 얼굴을 주셨다. 

네 번째 통곡하는 베드로의 얼굴이었다. 

"주께서 돌이켜 베드로를 보시니 베드로가 주의 말씀 곧 

오늘 닭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부인하리라 하심이 생각나서 

밖에 나가서 심히 통곡하니라" (눅23:60,61)

그랬다. 세 번 부인하고 나자 때 맞춰 닭이 울어줬다. 

꼬끼요 하고 말이다. 

그 울음에 베드로는 주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오늘 닭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부인하리라

이 말씀이 베드로 하여금 가슴을 치게 했다. 

양심의 찔렀다. 

그길로 그는 밖으로 뛰쳐나가 통곡했다. 

“하나님의 말씀은 살아있고 활력이 있어 좌우에 날선 어떤 검보다 예리하여...” (히4:12) 

그랬다.

좌우의 날선 검보다 예리한 주님의 말씀은 베드로의 마음을 후벼 팠던 것이다.

그 자리에 있을 수 없었던 베드로는 

밖으로 나가 하염없이 울고 또 울었다. 

그 울음은 통곡이 되었다

주님 제가 죄인입니다. 

주님 제가 죽일놈입니다. 

“하나님께서 구하시는 제사는 상한 심령이라 

하나님이여 상하고 통회하는 마음을 주께서 멸시하지 아니하시리이다” (시51:17)

네 번째 얼굴의 베드로.

그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 얼굴을 하나님은 기뻐하셨다.

상한 심령에서 드러난 것이었다. 

하나님은 그 네 번째 얼굴의 사나이를 긍휼히 여기셨다. 

그리고 오순절 성령 사건을 통해  

마침내 네 번째 얼굴에서 영광의 빛이 드러났다. 

“그 말을 받은 사람들은 세례를 받으매 이 날에 신도의 수가 삼천이나 더하더라” (행 2:41)  

아멘.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