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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의 추억(2)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낳고 키우면서 명절이 찾아오면 남편의 마음과 아내의 마음은 따로국밥처럼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남편은 철부지 아이처럼 마음이 붕 떠 있습니다.
자기 집으로 간다는 것 자체가 설레이기에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그에 반해 아내는 설이 가까울수록 걱정이 태산 같습니다.
남편이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이때가 되면 아내는 남편에 대한 서운한 맘이 더 커져만 갑니다.
안 가자니 후한이 두렵고 가자니 앞이 캄캄한 것이 여자들이 맞는 설입니다.
이런저런 걱정을 한들 오는 설을 어찌 막을 수 있을까요?
며칠 묵을 것을 준비해서 아이들 옷가지를 챙기고 선물을 챙기고 그러다보면 철부지 남편이 “준비됐나? 가자!” 하면서 차에 시동을 겁니다.
집을 떠난 차 안에는 어린 아이들이 깔깔거리며 좋다고 연신 웃어댑니다.
운전대를 붙잡은 남편의 얼굴에도 웃음이 가득합니다.
그런 남편의 얼굴을 바라보는 아내는 야속하기만 합니다.
“몰라도 이렇게 모를까?” 하면서 고개를 돌려 차창 밖만 바라볼 뿐입니다.
집을 떠난 차는 서울 시내를 빠져나가는 데만 두 세 시간이 걸립니다.
서울 톨게이트를 빠져나가 대전까지 가는 데 벌써 여섯 일곱 시간이 걸립니다.
뒷자리에서 깔깔대던 아이들도 지쳐 곯아떨어져 있습니다.
창밖을 바라보던 아내도 고개를 떨구고 있습니다.
귀성길 도로에서 전쟁을 치를 때마다 다음에는 무조건 오토매틱으로 바꿔야지 하지만 그때뿐입니다.
그렇게 고향에 가 그립던 부모를 뵈면 모든 피로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집니다.
그때부터 아내는 본격적인 설 전쟁을 치릅니다.
그런 아내가 애처럽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이제는 그럴 일이 없습니다. 그래서 설이 되면 허전한 마음이 생겨납니다.
홀가분해 할 아내도 같이 허전해합니다.
힘이 들었어도 그때가 그래도 행복했는데...
말끝을 흐리는 아내가 고맙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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