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츄리닝과 파란 운동화

추석 명절이 다가오면 옛날 추억 속으로 여행을 떠나곤 합니다.

6~70년대 가난했던 시절, 구멍난 양말을 기워 신는 것은 예사였습니다.

형이나 누나가 입던 옷을 물려 입는 것은 당연했구요.

여러 형제가 있는 우리 집에서 막내였던 나는 물려 입는 것이 일상이 되어 어머니가 위에 누나나 형이 입던 옷을 물려주면 그러려니 했습니다.

하지만 어린 마음에 새 신발 새 옷을 입고 싶은 마음이 왜 없었겠습니까?

친구들 새 신발 신으면 그 신발 한 번 신고 싶어 하던 마음에 한참을 쳐다보곤 했습니다.

더운 여름철에는 고무신 외에 신어본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도 검정고무신이 아닌 파한고무신이라 조금은 위안이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파란고무신이 조금더 비쌌기 때문입니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되어 추석 명절이 되었습니다.

명절 대목이라 그렇게 바쁘던 중에도 어머니는 명절을 지내기 위해 시장을 분주히 다니셨습니다.

그리곤 평소 때와는 달리 명절에 양말과 신발, 옷을 새로 사주곤 했습니다.

한번은 파란색 츄리닝 한 벌과 파란색 운동화를 사들고 오셨습니다.

그걸 받아든 나는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지금으로 말하면 아디다스 삼색 흰줄이 들어간 츄리닝이었는데 그걸 입은 나는 이방 저방을 오고가며 뛰어다녔습니다.

여름 내내 고무신을 신고 다녔던 터라 운동화는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유리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 오른편에 선반이 있었는데 밖에 나갔다 들어오면 그 신발을 벗어서 선반 위에 고이 모셔놓곤 했습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고맙데이”

어려서 축구를 좀 하는 편이어서 동네 아이들과 축구를 할 때면 고무신 신고 제대로 찰 수가 없어 힘들었습니다.

양동이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쬐끔 더 잘 살아 운동화를 신고 다녔습니다.

한 번은 축구를 하는데 양동이 한테 운동화를 좀 빌려달라고 했는데 닳는다고 안 빌려줬습니다. 어떻게나 속이 상했는지 지금도 잊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파란 운동화를 받고는 보란 듯이 축구를 했던 것도 기억에 납니다.

명절이 되면 이런 저런 추억이 많이 떠오릅니다. 보름달 보면 더 많이 떠오르겠지요.

그 중에 그리운 부모님 얼굴도 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보고싶습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