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눈과 같아라 

2월 들어 큰 눈이 내렸다.

밤부터 시작된 눈은 새벽까지 이어져 온 세상이 눈으로 덮였다.

새벽기도를 드리러 문을 열고 나서는 데 발이 눈밭에 푹푹 빠져들었다.

뽀드득 뽀드득 소리와 함께

푹신한 느낌이 발바닥에서 온몸으로 전해졌다.

아, 이 느낌이 뭘까.

뭐라고 딱히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잠시 동심으로 돌아가게 하기에 충분했다.

하얀 눈 위에 구두 발자국

바둑이와 같이 간 구두 발자국

누가 누가 새벽 길 떠나갔나

외로운 산길에 구두 발자국

걸어온 길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푹푹 패인 발자국이 붕어빵 찍어내듯 가지런하다.

살짝 입가에 미소가 머문다.

기도의 자리에 앉아 조용히 눈을 감았다.

주님,

이 세상이 하얗듯 우리의 마음도 하얗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세상이 하얗듯 우리의 행실도 하얗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세상이 하얗듯 우리의 신앙도 하얗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가정도, 교회도, 나라도 하얗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겹겹이 쌓인 눈을 보면서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려 보았다.

이 세상이 좀 더 하얗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어둠의 자리에 빛이 들어와 어둠을 걷어내고

밝음이 채워지도록

이 세상이 하얀 세상이 되어 바둑이가 뛰놀 듯

우리도 그렇게 뛰며, 기뻐하며, 즐거워하도록...

그런 날을 그리며 바라며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