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의 추억,
동지가 지나고 섣달 금믐 밤 하늘은 유난히 더 차갑게 느껴집니다.
그 시절에는 화장실이 집 안채와 떨어진 곳에 있어서 밤에 용변이라도 보려면
마당을 가로질러 가야 했습니다.
맨발에 슬리퍼를 끌고 종종걸음으로 마당을 가로질러 가노라면,
왜 그렇게 손발이 시럽든지 모릅니다.
화장실을 나오면서 고개를 들어 긴 숨을 내쉬면 하얀 김이 뿜어져 나왔는데
그게 또 신기한지 연거푸 입김을 불어내곤 했습니다.
밤이 지나면 까치까치 노래하는 설날입니다.
자리에 누웠어도 잠이 잘 오지 않습니다.
벽에 구멍을 뚫어 이방 저방을 비추는 형광등을 바라봅니다.
어린 눈에는 그 빛이 유난히 더 밝게 빛이 납니다.
어린 마음이 셀레임으로 그렇게 보이는 것이겠지요.
장사하는 집은 명절 대목이 제일 바쁩니다. 손이 모자라 집안 식구가 다 동원됩니다.
우리 집이 그랬습니다.
어린 나도 할 줄 아는게 별로 없지만 바쁜 식구들 곁에서 거들어 줍니다.
식구들 중에 제일 바쁜 사람이 엄마입니다.
장사하랴 또 명절 음식 장만하랴 어린 자식들 설빔 준비하랴 몸이 열이라도 모자랍니다.
“이맘때면 내 발에 동태 달렸다”는 엄마의 말이 귀에 맴돕니다.
동태는 바퀴의 경상도 사투리입니다.
체구가 자그마한 엄마는 여섯 남매를 키우시느라 작은 발에 동태를 달고 사셨습니다.
그런 엄마가 이제는 내 곁에 계시지 않습니다.
하늘 나라에 가신지도 어언 십여 년이 흘렀건만 이맘때가 되면 유난히 더 그리워집니다.
불러도 불러도 또 부르고 싶은 이름.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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